햇빛 쏟아지던 날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본문
불꽃놀이를 하는가
바람이 많이 불던 밤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무엇이든 묻고 싶은 밤. 뭐라도 묻지 않으면 누군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해올 것만 같은- 그날은 그런 바람이 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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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달빛. 그리고 두드러기 때문에 같이 놀게 된 무리가 있다. 모두 맨발이고, 모래를 밟을 때마다 전해오는 저릿함에 괜한 요의를 느낀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과장되게 웃고, 서로의 호감을 사려는 어이없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청춘. 배고픈 듯 활짝 벌어진 동공들이 반딧불처럼 모래사장 위를 날아다닌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렇게 두근거리는 순간일수록 모두에게는 어떤 시치미를 뗄 만한 장난이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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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구부러진 숟가락을 들어 겸연쩍게 콩나물국을 뜬다. 그녀는, 오지 않을 모양이다. 아버지는 점퍼 안에 있는 편지 한 구절을 조용히 읊는다.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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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아버지의 머리 위로 수천 개의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나풀나풀. 우주로 방사되는 아버지의 꿈. 그리하여 투명한 비눗방울들이 낮꿈처럼 흩날렸을 때. 싱그러운 비놀리아 향기가 밤하늘 위로 톡톡 파랗게 퍼져나갔을 때.
“바로 그때 네가 태어난 거다.”
나는 마구 콩닥이는 가슴을 안고 소리쳤다.
“정말요?”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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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