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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추억

alex420 2017. 10. 17. 20:21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든 아침, 서울 어느 쪼끄만 정차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푸라트 · 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털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었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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