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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텔프(G-TELP) Level 2 시험 후기 + 성적 발표

alex420 2021. 3. 10. 22:22

급하게 영어 필기시험 성적을 따야 할 일이 생겨서 G-TELP 시험을 치게 됐다.

다른 시험들도 유효하지만 토플, 텝스는 공부해 본 적이 없고,

그나마 토익이 익숙해서 2월말에 접수했었는데, 시험 전날 컨디션이 안 좋아 취소했다.

영어 필기시험은 대학생 때 토익 점수 만들어 놓은 이후로 평생 다시 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은 기업에서도 주로 영어회화 성적을 많이 보니까)

참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구나.

 

차선책으로 G-TELP를 치게 되었는데, 주로 공무원, 군무원 등 국가고시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시험이다.

접수비는 60,300원으로 토익보다 비싼데 성적발표가 빨리 나고(시험일 5일 후 발표)

시험시간이 토익보다 짧아서 부담이 덜했다. 문제유형은 객관식 사지선다형.

또한 절대평가인데다 일정 점수 컷만 넘기면 돼서 좀 만만하기도 했음..

 

■ 시험 구성 / 점수 계산

 

G-TELP 시험은 총 80문항, 시험시간은 90분이고 아래와 같이 세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문법 : 26문항 / 20분

2. 청취 : 26문항 / 30분

3. 독해/어휘 : 28문항 / 40분

 

Level은 1~5까지 있는데 보통 Level 2를 많이 보는 것 같고,

Level 1은 Level 2에서 3개 영역 모두 75% 이상 점수를 획득해야(Mastery) 응시할 수 있다.

나도 Level 2를 응시했고, 평균 65점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 상황.

점수 계산은 간단하게 각 영역별 맞힌 문제 비율을 계산해서 평균 내면 됨.

문법, 청취는 1문제당 약 3.8점, 독해는 약 3.6점이라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영역별 2개씩 틀렸다면, 대략 각각 8점 정도 까이니까 평균 92점인 셈.

 

그리고 과락이 없어서 자신없는 영역은 버리고 나머지에 올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G-TELP는 청취영역이 다른 영역에 비해 어려운 편이라

듣기 시간에는 줄 세우고(적어도 25점은 획득한다 치고) 문법, 독해에 집중하는 전략을 많이 쓰는 듯.

한 영역당 시간은 권장시간인 거고, 듣기 지문이 나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수험자가 마음대로 시간을 배분할 수 있어서, 듣기 시간에 다른 영역 문제를 푸는 것도 가능.

하지만 나는 괜히 긴장될까봐 정석대로 문제를 풀었다.

 

사실 영어 필기시험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편이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시험 전날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모의고사를 쳐보고 생각보다 어려워서 조금 당황했다.

(심지어 이땐 수능처럼 영역별로 시간 딱딱 나눠져 있는 줄 알았음)

특히 듣기는 문제 유형이 좀 특이해서 미리 숙지하지 않고 가면 다 놓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공부할 시간이 없으면 공식 홈페이지 모의고사라도 반드시 쳐보고 가길 추천!

 

■ 문제 유형

 

영역별로 다시 살펴보자면,

1. 문법은 문장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를 고르면 되는데,

주로 시제, 조동사, to부정사/동명사, 접속사, 관계사를 묻는 등 익숙한 유형의 문제였다.

비교적 정형화된 문제 스타일에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아 단기간내 공부효과가 높을 듯.

나는 문법 공부는 따로 안 했는데, 시험장 가는 길에 벼락치기로 들은 유투브 강의가 많은 도움이 됐다.

꼭 유료 강의가 아니라도 훌륭한 무료 특강이 많으니 하루 전날이라도 꼭 찾아서 듣기를 추천!

(과거완료 이런거 좀 헷갈렸었는데, 시험 직전에 들은 강의내용이 많이 나왔음.)

 

2. 청취는 위에도 말했다시피 문제 유형이 좀 특이하다.

총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한 파트(지문)에 6~7개 문제가 세트로 나오는데,

한 지문이 길어서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됨ㅋ

아래와 같이 파트별로 다른 성격의 지문이 나온다. 

① Narration : 일반적인 설명

② Formal Monologue : 일반적인 독백

③ Negotiation : 협상, 협의 (두 사람이 대화하면서 A,B 장단점 비교하고 한가지 선택하는 식)

④ Process : 절차, 방법 설명 (내가 시험칠 때는 번아웃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한 지문이었음)

 

청취 영역이 시작되면 먼저 파트별로 전체 문제를 쭉 읽어주고,

그 다음 지문이 나온 다음, 다시 문제를 하나씩 읽어준다.

문제지에 문제는 안 나와있고 선지만 있기 때문에, 처음에 문제 읽어줄 때 키워드를 잘 받아적어야 함.

나는 문법 풀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청취영역 전체적으로 쭉 살펴보고 어떤 문제인지 미리 파악해 두었다.

(발화 목적, 대화 주제, 사실관계 확인, 등장인물의 감정 유추, 향후 일어날 일 예상 등)

그런데도 못 알아들은 부분이 꽤 있었다ㅠ 

영어 공부를 따로 안 할 때도 항상 영어로 된 컨텐츠는 접해왔기 때문에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듣기가 그나마 쉬울 줄 알았는데 제일 어려웠음.

지문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내용이 꽤 길고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좀 있어서,

미리 문제유형에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역시 시험장 가면서 들은 유투브 영상 모의고사가 도움이 되었음.

영상 보기 귀찮으면 그냥 소리만이라도 들어보길 추천!

 

3. 독해는 지문이 길어서 처음에는 압도될 수 있는데, 막상 풀어보니 평이한 수준이었다.

(수능보다는 당연히 훨씬 쉽고, 토익보다도 쉽다고 느꼈다.)

이 역시 4개 파트로 나눠져 있고 한 지문당 문제가 7개 정도였던 것 같다.

파트별로 어휘 문제도 2개 포함되어 있음. 밑줄친 단어의 문맥상 의미가 뭔지 묻는데,

예를 들면 soar라는 단어에 선지는 travel, increase, lift 등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모의고사 볼 때는 3개 영역 중에 제일 쉽다고 느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좀 어렵게 느꼈다.

내가 응시했을 때는 첫번째 지문이 루이즈 긴즈버그 관련 내용이었는데,

아는 내용인데도 문제 풀 때 좀 긴장되고 확신이 없었다.

혹시라도 OMR 마킹할 시간 부족할까봐 긴장해서 그런듯.. 마킹도 연습이 필요하려나.

(아 그리고 결국 마킹할 때 2문제 밀려써서 날림ㅠ 정답 확실한 거였는데 흑..)

독해는 내용만 잘 이해하면 풀 수 있는 유형이었는데,

지문에 있는 단어를 문제 선지에 그대로 쓰지 않고 동의어로 바꾸는 트릭(?)이 보였다.

지문은 일반적인 기사 형태도 있고, 비즈니스 메일, 안내문 형태도 있었다.

문제는 글의 목적을 묻거나, 사실관계를 묻거나, 정보 유추하는 스탈...

 

■ 시험 당일 준비물 / 유의사항

 

시험시간은 오후 3시~4시반이었는데, 1시 50분부터 입실할 수 있었고

2시 20분까지 입실 권장, 2시 50분부터는 입실 불가. 나는 2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던 것 같다.

고사장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다행이었다.

학교에 도착해 일회용 덧신을 신고 손소독, 체온 측정한 다음 건물로 들어갔다.

 

수험표는 복도, 교실 문, 책상 위에 붙어 있어서 따로 뽑아가지 않아도 되는데, (검사 안함)

혹시 인쇄를 못한다면 핸드폰으로 캡쳐라도 해서 가면 긴장도 덜 되고 좋을 것 같다.

필수 준비물은 마스크, 신분증, 문제 풀 필기구(볼펜/연필), 컴퓨터용 사인펜, 그리고 수정테이프!!!!!

특히 수정테이프는 깜빡하기 쉬운데 꼭 가져가길 추천한다. (빌려쓰기, 빌려주기 안됨)

그동안 딱히 OMR 마킹실수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별 생각 없이 안 갖고 갔는데

막상 시험이 시작되니 괜히 틀릴까봐 긴장되고ㅠ 틀리지 말아야지 하면서 신중하게 마킹했는데도

결국 두 문제를 밀려서 체크했다. 다행히 바로 깨닫고 그 다음부터는 제대로 마킹하긴 했는데,

정답이 확실한 두 문제를 틀리게 된 게 속상했다. 수정테이프만 있었으면 바로 고치면 되는데!

 

아, 그리고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은 당연히 필수이고 잠깐이라도 내리면 안된다.

그래서 교실에서는 음식은 물론 물 마시는 것도 안됨.

또한, 시험 전에 핸드폰은 전원을 끄고 가방에 넣어 교실 앞으로 내야 함.

 

OMR 카드에 기입해야 하는 항목이 꽤 많았는데, 감독관의 안내에 차근차근 따르면 된다.

맨 위에 본인이 응시하는 레벨을 체크하고, 본인 성명이랑 생년월일, 수험번호 등을 기입하면 된다.

주민번호 뒷자리 대신에 각자 부여된 고유번호를 기입하는 칸도 있음.

그리고 학교/전공/직업 등을 체크하는 부분도 있는데 OMR 카드 뒷면 보고 찬찬히 체크하면 됨.

그리고 우측 하단에는 성적 발표시 확인할 비밀번호 네자리도 기입했다.

 

시험이 끝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았다.

일요일에 시험 칠 때는 5일도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 성적 발표일이 이틀밖에 안 남았네.

65점이야 넘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성적 발표는 언제나 떨리고 기대된다...

 

시험 당일에도 헷갈리는 문제의 답이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더니

ㅎㅋㅅ게시판에 후기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근데 참여도나 퀄리티가 토익과는 차원이 다름ㅠ

토익은 문제 복원도 적극적으로 하고 논란 문제가 있을 경우 어디선가 고수가 나타나 챡챡 정리를 해줘서

당일에 내 점수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는데

G-TELP는 일단 수험인구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고.. 고수가 별로 없는지

후기도 다들 긴가민가하면서 올려서 좀처럼 답이 좁혀지지 않았다.

(내 생각엔 토익은 고고익선이라서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들도 최대한 만점 가까이 받으려고 계속 치는 반면

지텔프는 일정 점수 컷만 넘기면 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문제에 무슨 답을 했냐는 질문에는 그게 왜 맞는지, 저게 왜 틀린지 얘기하기보다는

그냥 본인이 택한 선지가 뭔지 얘기하다 보니 끝까지 아리송했고..

예상답안이 올라오긴 했는데 내용만 기억나고 a,b,c,d로는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5일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내가 확실하게 기억나는 부분에 대해 정성스럽게 댓글 달아도

피드백도 없고ㅋㅋㅋ 서로 토론하기보다는 걍 결론만 떠먹여주길 바라는 분위기라서 닫음)

 

여튼 이제 2일 남았네. 부디 영어 필기시험은 이걸로 끝내고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기를-

 

+

성적 발표

드디어 성적 발표. 다행히도 목표로 하는 65점은 넘겼다.

제일 어렵다고 느낀 청취 영역이 의외로 점수가 높게 나왔고, (긴가민가 했던 것들 많이 맞았나 봄)

환산해보니 문법은 4개 틀렸고, 청취는 2개, 독해는 8개 틀린 듯. 생각보다 많이 틀림..

독해는 2개는 마킹 실수였어서 몰라서 틀린 건 6문제네. (구질구질)

마킹 제대로 했으면 Mastery인데 아쉽네. 그래도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성적표 양식에는 생각보다 세부적인 통계가 나와서 (유형별 정답비율)

내가 어떤 부분에 약하고,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알 수 있는 점이 좋다.

예를 들면 독해/어휘 영역에서는 사실관계 확인(Literal)은 15문제 중 6개 틀렸고,

추론(Inferential) 문제는 5개 중 2개 틀렸네. 어휘는 8개 다 맞았다!

문법에서는 진행시제는 100%(시험 직전에 본 벼락치기 강의 덕분에 맞음ㅠ),

동명사(Gerunds)/부정사(Infinitives)는 60%, 가정법은 89%, 조동사는 83% 맞혔다.

~ing or to부정사 요건 공부한지 오래라 많이 틀렸네 ㅎㅎ

 

이제 지텔프는 바이바이. 아마도 다시 칠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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