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날들

제주도 여행 2-4, 우연히 찾은 스퐁크 (우도 하고수동해수욕장, 영일동, 검멀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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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2-4, 우연히 찾은 스퐁크 (우도 하고수동해수욕장, 영일동, 검멀레)

alex420 2018. 1. 10. 23:31

2013년 5월 14일에 올린 글.

그 이후엔 귀찮아서 정리를 안했다..

이후에 올레길도 걷고, 쇠소깍,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이중섭미술관,

외돌개, 초콜릿박물관, 협재, 제주현대미술관 등에도 갔다.

나머지 이야기도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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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은 스퐁크


이게 얼마만인가...기억이 가물가물 

이제 다시 더워지는데 아직도 11월에 머물러있다.

그것도 여행 둘째날 점심 직후..

원래 계획은 중앙동까지만 갔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던가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일기장 꺼내보면 되겠지만

이런 식으로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ㅋㅋㅋㅋㅋ)

걷다 보니 생각보다 가까워서 무작정 앞으로 걷기로 했다

마침 보이는 표지판

생각지도 않은 곳에 가야겠단 생각에 설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데 날이 점점 흐려지고..

이대로 비가 오면 어떡하지? 막막하기도 했다

들고 온 건 달랑 천가방 하나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편의점 같은 것도 없을 것 같고..

조금은 바쁜 마음으로 걸었던 것 같다

아까 본 바다와는 또다른 느낌의 바다

조용해서 너무 좋았던

너무 좋았단 말이다

이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ㅠㅠㅠㅠㅠ

꾸물거리는 날씨에도 다행히 비는 안 왔지만

비 대신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해안길 따라서 쭉 걸을 생각이었는데

갑툭튀한 저 큰 개 때문에 잠시 길을 피했다

난 처음에는 쟤가 어떤 아저씨를 졸졸 따라다니길래 주인 있는 개인 줄 알았는데

자꾸만 나를 따라오는 거다...ㅠㅠ


해안길로 갔다간 왠지 피할 길도 없이 꼼짝 못하고 당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보고 올라왔다...

요놈시키........ㅠㅠ

오전에 만난 시크한 멍멍이는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났는데

이 덩치 큰 놈은 나를 계속 졸졸 따라오는데

진짜 무서웠다..ㅠㅠ

그냥 졸졸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막 갈 지(之) 자를 그리며 펄떡펄떡 뛰어다니는데...

내가 멈추면 지도 따라 멈추고

내가 빨리 걸으면 지도 빨리 따라오는데..

먼저 가라고 기다려도

앞서 가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내 뒤로 쫄래쫄래 가는데..

내가 위협(?)해도 씨도 안 먹히는데..

진짜 울고 싶었다 ㅠㅠ

막 나한테 가까이 와서 입을 쩍 벌리고 폴짝폴짝 뛰는데...

먹을 거 없는데...

하필이면 담도 낮은 제주도라서

내가 다른 길로 가도 저 개는 나를 훤히 꿰뚫어보는 듯 했고

혹시라도 다른 지름길로 먼저 가서 뙇!!!! 나타날까봐 도망도 못 가겠고

한번은 저 개가 멈춰서 볼일을 보는데...

나를 뙇!!! 주시하면서 볼일을 보는데...

내가 막 이때다 하고 달려서 도망쳤다가는

저 개가 일을 마치고 광속으로 뒤쫓아올 것만 같아서...........

기다렸다..........진심 무서웠음ㅠㅠ

마음 졸이며 한참 걷다가 테니스장이던 같은 데가 나왔는데

이제서야 요놈이 그쪽으로 갔다....

또다시 마주칠까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안 만났다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그 큰 개 덕분에 굽이굽이 길도 걸어보고

나름 좋았네...고맙고 미안해 개야...ㅋㅋㅋㅋ

동물농장에 제보라도 할걸.ㅋㅋㅋㅋ

또 걷다보니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이 나온다

가려던 길로 가지 않았는데 가려던 곳이 나왔다면

애초에 계획을 잘못 세웠던 거였겠지만ㅋㅋㅋㅋㅋㅋ

가는 곳마다 길이 되는

그 기 분 ! ! !

다른 색깔 바다

이렇게 작은 섬에서 이렇게 다른 빛을 품고 있는 게 신기하다

오그리토그리

정말 신났다

검은 돌과 거울 같은 바닷물

가는 곳마다 가슴 벅찼던 우도

1박 2일로 잡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스 타고 한 바퀴 돌았더라면 밟아보지 못했을 풍경

이라고 끝없이 자부하고 또 자부

기분 좋을 때 찍는 사진

소원들

우도봉이 보인다



푸른 색이 그리웠던 바람 찬 초겨울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11월의 공기, 11월의 풍경이 너무 따스하게 느껴진당.ㅋㅋㅋ

괜히 위로가 되는 풍경

3분의 2 바퀴 정도 돌았나

다음엔 한 일주일 정도 내리 우도에만 머무르고 싶다

나만의 리듬과 박자를 찾을 수 있었던 우도..!! (오그리 토그리><)

여기 어딘가에

내가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땐가

나의 아이덴티티를 담으려ㅋㅋㅋㅋ 아주 고심하며 만든 아이디와 같은 동굴이 있어서

너무너무 반가웠다.......

말괄량이 삐삐의 스퐁크를 찾은 기분

햇빛 때문에 여기서도 찍어보고 저기서도 찍어보고

별빛이 반짝이는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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