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날들
북 치는 사람 본문
··· 끝내고 무대에서 퇴장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할 것이다. 1년 전에도 샐리 헤이스와 함께 이걸 본 적이 있는데, 샐리는 무대 의상이나 장식이 참으로 아름답기 짝이 없다고 계속 말했다. 나는 예수가 이런 호화찬란한 의상 따위를 본다면 아마 구토를 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샐리는 나더러 신을 모독하는 무신론자라고 했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예수께서 진정 좋아할 사람은 그 오케스트라에서 작은 북을 치는 단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내가 여덟 살 때부터 죽 보아왔는데, 부모와 함께 보러 갔을 때 나와 동생 앨리는 이 사람을 더 잘 보려고 자리를 옮기곤 했다. 그렇게 훌륭하게 북 치는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한 곡에서 북 치는 기회란 단 두 번 밖에 없는데, 손을 쉬고 있을 때에도 그는 절대로 지루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러다가 북 치는 차례가 되면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매우 멋지고 아름답게 북을 울려댔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워싱턴에 갔을 때, 앨리는 그 사람에게 그림 엽서를 띄운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손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소가 확실치 않았으니까.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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