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날들
2010년 여름, 순천 본문
안개 가득한 무진,
순천에 도착해서 일단 점심을 먹었던 것 같다.
N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어딘지 물어보았다.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만족하며 흥덕식당으로 향했다.
백반을 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반찬도 푸짐하고 정말 맛있었다.
전라도 음식은 많이 먹어보지 않았어서, 색다르기도 했다.
메인요리는 아니었지만 게장이 정말 맛있었던 걸로 기억..
나름 알차게 계획을 짜서 가긴 했는데 마냥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고, 우산은 없었지, 배차간격은 1시간도 넘는데
버스도 제때 타지 못해서 원래 일정대로 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성읍민속마을을 가려고 했던가, 송광사를 가려고 했던가,
여튼 한군데 들른 다음에 순천만에 가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버스를 놓치지 않았더라도 말도 안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보다 여행에 많이 서투르기도 했고,
모처럼 왔는데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을 놓치게 된게 안타까워서 좀 침울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포기하고 순천만만 가기로 했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도착해서는 비가 그쳤던가.
순천만은 2009년 첫번째 내일로 여행에서 처음 방문한 이후로
가장 사랑하는 국내여행지가 되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하며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2013년에 한번 더 갔었는데 그때는 날씨가 아주 쨍쨍해서 또다른 느낌이었다.
마침 그때 국제정원박람회 때문에 국가별 정원 등 볼거리가 많아졌다.
지금은 무인열차도 있고 훨씬 더 많은 것이 생긴 것 같다.
여름에만 세 번 갔으니, 다음번엔 다른 계절에 가보고 싶다.
천문대도 가보고!
바람이 많이 불었나보다. 스산한 느낌이.
안개 낀 순천만. 무진기행이 절로 생각났다.
여행을 시작할 때 N은 이번 여행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만 이용하자고 했다.
용산전망대로 가는 길도, 쉬운 길과 힘든 길이 있는데 우리는 당연히 힘든 길을 선택ㅋㅋ
그러나 여행이 계속될수록 체력은 딸리고 나는 점점 지쳐서 나중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N은 끝까지 계단으로 다녔다... 젊은이여...
꿈결처럼 아련한 풍경
전망대를 다녀온 다음 시간이 좀 남아서 순천문학관을 가보기로 했다.
나의 오랜 로망이었던 문학관 투어의 첫 걸음이랄까!
가기 전엔 몰랐는데 아직 개장하기 전이었다. 그래도 표지판을 보고 따라갔다.
낭트정원이라는 곳도 있었는데 이곳 역시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비는 그쳤지만 당장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날이 잔뜩 흐렸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가는 길에 폰으로도 사진을 찍었는데 어디 머나먼 외국이라도 온 것처럼
이국적이고 황량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사진도 찾아봐야지!
문학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았고 초가집 건물 몇 동으로 되어있었다.
초등학교 때 많이 들어본 동화작가 정채봉관,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소설가 김승옥관이 있었다.
본격 개장하기 전이라 특별한 걸 구경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슬슬 돌아가려는데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천둥번개도 아주 무섭게 치고...
어쩔 줄 몰라서 일단 건물 안으로 피신했는데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았다.
결국 퇴근할 시간이 지나 한 직원분이 차를 태워주셔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거기서 특별히 뭔가를 한 건 아니지만
안개가 잔뜩 낀 순천만과, 우리밖에 없는 스산한 길, 버려진 것 같은 건물들,
마치 김승옥의 단편소설의 한 부분처럼 남아있는 기억이다.
N을 만나면 이날의 기억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누어 봐야겠다.
저녁으론 뭘 먹었는지 어디서 묵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아마 전에도 갔던 찜질방이지 않았을까.
다음날 아침 부산으로 향했던가, 비에 젖은 신발이 아직 마르지 않아서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에 말리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동영상 문화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서였는지
차창 밖 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신기해하며 영화 같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안녕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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