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날들
제주도 여행 1-2, 달빛 고즈넉한 숲정이에서 (제주돌문화공원, 성산) 본문
2012년 12월 16일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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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고즈넉한 숲정이에서
돌문화공원 들어가는 길
간단히 소개하자면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의 형성과정과 제주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돌문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이자 생태공원입니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자연과 함께한다는 원칙 위에
제주의 정체성, 향토성, 예술성을 한껏 살려 조성한 곳^^이라고 합니다 ㅋㅋ
햇빛 쏟아지는 돌문화공원
매표소로 가는 길
걸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차 끌고 온 사람들 ㅠㅠ
돌문화공원 코스 지도
공원이 꽤 넓어서 전체 다 돌기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친절하게도 관람동선과 소요시간을 고려해서 구성한 3가지 코스를 안내해준다
나는 제주공항에서 미리 책자를 챙겨 가면서 3가지 코스 중 하나(각 50분 정도 걸림)를 선택할까 했었는데
(그때까지는 별 기대가 없었기에.. 솔직히 돌만 전시해놓은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생각도 했었다)
막상 가보니 코스는 신경 안 쓰고 그냥 가고 싶은 길로 두 시간 반 정도 걸어다녔다
처음에는 좀 멋쩍었달까
공원이 좀 휑하게 느껴져서 좀 쓸쓸하기도 했다
그치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을수록 왠지 기분이 차분해지고 엄숙ㅋㅋ해졌다...
워낙 넓다 보니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이고 한적한 게
나만을 위한 길처럼 느껴져서 점점 기분이 좋았다^^^^ㅋㅋㅋ
그리고 돌박물관을 발견!!
아무 기대 없이 갔는데 여기서 보낸 시간은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다ㅠ_ㅠ
돌박물관 앞에 있는 하늘연못
잉 이게 뭘까 가까이 가보니
우와 정말 멋있었다!!!
돌박물관 들어가는 길
저 벽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오른쪽에서부터 수급불류월ㅋㅋㅋ
물은 급히 흐르지만 (물에 비친) 달은 흐르지 않는다
들어가자마자 반겨주신 한 직원이
어디어디로 내려가라고 안내해주신다
처음에 뭐라 하시는지 잘 못 들어서 네? 하고 되물으니
이쪽으로 나오면 다 못 보고 나오는 거라고 친절히 알려주신다 ㅋㅋ
볼 게 많은가 보다, 생각했다..
돌박물관에는 대체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들어가보니 우주에서부터 지구의 형성과정, 화산활동, 제주도의 형성과정까지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지질, 암석의 종류, 지형 등등
초롱초롱 꿈꾸는 과학꿈나무의 마음이 되어(초등학교 5학년 때 꿈이 천문학자였음^^^^..)
과학학습만화 읽듯이 재미있게 관람했다
옆에 있던 아저씨 무리는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재밌어했다 ㅋㅋ
난 이런 박물관 구경할 때마다 '아 내가 초등학생이었다면' '아 내가 중학생이었다면'
정말 재미있어했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참 바보 같구나
ㅋㅋ실은 그게 언제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데 말이다..
돌갤러리
이거 모으신 분 이름은 생각 안 난다^^ㅋㅋ
평소에 돌에 관해 전혀 조예는 없지만ㅋㅋ
천천히 돌아보니 정말 멋졌다
여기 천장도 무지 높아서 분위기도 장엄하고 멋있었음ㅋㅋ
신기했던 건
이렇게 조그마한 돌에 거대한 자연이 담겨 있다는 거다
헤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면
이 내 얼굴만 한 돌에 언젠가 멀리서 본 듯한 거대한 돌산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너무너무 신기했다는 거!!
ㅋㅋㅋ나의 저급한 표현력을 부디 이해하시길
미니어처 같이..
이걸 보고 뭔가 생각났는데
아 그게 뭔지 정말 모르겠는 거다!!
무슨 영화나 만화에서 본 괴생물체 같은데 그게 뭔지 마음이 막 간질간질하면서
생각이 안 났는데.. 판의 미로에 나온 괴물인가 토토로 같은 만화에 나온 건가 아니면 반지의 제왕인가
한참동안 생각해도 안 떠올랐는데
밑에 나오는 해마 같이 생긴 돌 보고 딱! 생각났다!!
그건 바로
데스노트에 나온 이 친구였다 ㅋㅋ 사신 렘ㅋ
막상 보니 별로 안 비슷하지만 그래도 생각나서 너무너무 뿌듯했다 ><
이렇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밖으로 나가면 기념품 파는 곳이 있는데 내 예산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
돌을 유심히 보고 있는 사람에게 어느 직원이 먼저 다가와서 설명해주는 등
다들 박물관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박물관을 나와 잠시 쉬면서..
가방을 풀기 전까지는 어깨가 아픈 줄 몰랐는데
잠시 내려놓고 나니 내가 정말 무거운 짐을 지고 다녔구나 깨달았다 ㅠ_ㅠ
날씨가 좋아 두꺼운 점퍼를 벗었다
이때쯤 문득 '고즈넉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이 단어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5학년 땐가 6학년 땐가
'초등학생 때 하지 않으면 안될 56가지'라는 책에서였다
요즘 하도 ~~해야 할 몇 가지 류의 책이 많아서 좀 식상하기도 하지만
그 때도 이미 넘치도록 나왔던 ~가지 시리즈 중에 제일 컨텐츠가 좋았던 책이다 ㅋㅋ
동화작가이자 교사인 소중애 선생님이 지은 책인데 ㅋㅋ
"마을 지도와 역사책을 써보자", "실수 기록장을 만들자" "시를 써보자" "풀꽃을 알자"
등등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창의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으며
초딩꿈나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여러가지 제언ㅋㅋ들이 나와있었다
그 중 한 꼭지로 "달빛 고즈넉한 숲정이에서"라는 장이 있었는데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우리가 평소에 잘 모르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서 써보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배운 또다른 단어로 '범어귀'가 있다 ㅋㅋ
여튼 여러가지 예시와 함께 '달빛 고즈넉한 숲정이에서'라는 짤막한 시도 실려 있었던 것 같은데(물론 저자가 지은 거)
그게 무척 인상 깊게 오랫동안 남았다
나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셨던 소중애 선생님^^
여튼 고즈넉하다는 말을 좋아하면서도 평소에 직접 느껴본 적은 잘 없었는데
돌문화공원을 걷다보니 어느새 고즈넉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실감했다.. 호젓하다는 말도!
옆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선사, 탐라시대 돌문화로부터 시작해서
고려시대, 조선시대 돌문화 전시공간이 펼쳐져 있다
이쪽 길은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아서 내내 혼자 걸어다녔다
좀 무섭기도 했지만(특히 민간신앙 코너 지날 때 ㅋㅋ길 양쪽으로 각종 돌들이 지켜보고 계심ㅋㅋ)
어디 탐험하는 것 같은 기분에 설레기도 했다
이렇게 조그마한 집 안에
생활, 문화, 아.. 또 생각이 안 난다 여튼 시대별, 주제별로 돌의 쓰임새를 재현하고 전시해두었다
아무도 없을 때는 불이 꺼져 있다가 사람이 오면 불이 켜지는 시스템인데
어두운 집 안에 내가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서 환영받는 느낌이었다^^ㅋㅋ
제각기 개성이 다른 돌하르방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야 햇살 좀 봐!
판의 미로 같았당 헤헤
돌문화 전시관 마을을 한 바퀴 쭉 돌고 나와서
억새
장독들ㅋ
날씨가 참 좋았다
모자 털이랑 억새랑 깔맞춤ㅋㅋ
어머니를 그리는 선돌
소
잘 좀 찍어보고 싶었는데 ㅠㅠ
다음에는 꼭 좋은 카메라 들고 가야지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시실에서 [박성배 - 무위자연]이 전시중이었다
제주도 오름과 바다를 그린 그림들이었는데 멋있었다ㅋ
3시 45분쯤 관람을 마치고 나와 건너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그 다음 내 목적지는 성산이었는데
여기서 남조로버스를 타고 남조로입구까지 가서 다시 번영로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했다
그런데 문제는 남조로버스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는 거 ㅠㅠ
시간표가 붙어있긴 한데 각 정류장마다 시간이 정확하게 나와있는 게 아니라
몇몇 주요지역만 나와 있어서 조금 답답했다
전체 노선을 안다면 대강 짐작할 수는 있다ㅋㅋ
버스 기다리는 동안 처음엔 좀 지루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ㅋㅋ무거운 가방은 잠시 내려놓고
엠피쓰리 소리 높여서 노래도 따라 부르다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가 언제 또 버스 기다리면서 노래를 크게 부를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 ㅋㅋ
여튼 여기서 30분 정도 기다려 4시 13분에 반가운 남조로 버스를 탔다 ㅠ_ㅠ
그런데 알고보니 남조로 입구(아마 정류장 이름이 남조로검문소였던 것 같다)까지는 한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였다
뭐 그치만 별로 가깝진 않아서 버스 안 기다리고 걸어갔어도 30분 정도 걸렸을 거당ㅋㅋ
남조로검문소 정류장에서 내려 또다른 정류장으로.
내가 있던 곳이 아마 교래리 쪽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표에 정확한 시각은 안 나와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이 쪽으로 '번영로' 버스가 두 가지 종류가 지나가는데
하나는 '표선'행이고 하나는 '성산'행이다! 잘 보고 타야함!!
기다리는 동안 표선행은 두 세 번 지나가는데 성산행이 안 와서 또 불안했다 엉엉
그래도 사진도 찍고 엠피쓰리 틀어놓고 노래도 열심히 부르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흘러
4시 53분에! 번영로 버스를 탔당ㅋㅋ
아참! 제주도 시외버스는 탈 때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면 구간에 따라 다른 요금을 입력해주신다
고 다음에 교통카드 찍어야 함ㅋㅋ 여기서 성산까지는 1500원이었음
버스 타고 성산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지금까지는 가는 곳마다 나같은 관광객만 가득했는데
이 버스 승객은 대부분 제주 주민들이라 내가 더욱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ㅋㅋ
바다도 좋지만 버스 타고 가며 봤던 제주 내륙(?)풍경도 정말 멋졌다... 다음번엔 동쪽 오름 투어도 해야지!!
드디어 성산 도착!!
저기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
성산리취락구조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성산일출봉에서도 가깝고(입구까지 도보 5~10분)
성산항도 가까워서 선택! (성산항까지 도보 10~15분)
가격도 저렴했다. 카페에서 예약 미리 할 경우 18,000원..(예약 없이 가면 2만원) *2012년 당시
(입실시 열쇠 보증금 추가로 만 원 내고, 퇴실할 때 돌려받는다)
숙소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
뒷동산(?)에 말이 노닐고 있고
왼쪽으로는 우도가 보인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또다른 게스트하우스(펜션이었던가) 겸 식당
객실 모습. 이층침대가 4개로 총 8인실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체크인하는 순서대로 자리를 배정해주기 때문에
늦게 도착하면 2층에서 자게 된다
(2층에 안 가봐서 잘은 모르겠는데 왔다갔다하기 불편해서 다들 웬만하면 1층을 선호하는 듯)
여기서는 7명이 묵었지만 그다음날부터는 비수기라 그런지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이서 방을 썼다
비수기 만세!!!!!
짐 풀고 나서 저녁 먹으러 동네로 나갔다
어느 후기에서 봤던 식당을 찾았다
여기 말고도 몇몇 식당이 있고(선택권이 그리 넓지는 않은 듯), 슈퍼도 있고, 편의점도 있다
겨울이라 금방 어두워지고 또 무엇보다도 가게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 먹으려면 일찍일찍 다녀야할 듯하다
성게칼국수 7천원
배가 너무 고파서 맛있게 먹었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평소에 성게를 자주 먹어보지 않아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ㅋㅋ
저녁 먹고 나오니 어느새 어두워졌다
다음날 아침에 배가 고플 걸 대비해서 슈퍼에서 초코바를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내가 묵은 숙소에서는 게스트들이 신청하면 매일 저녁 8시인가 치맥파티를 한다. 식비는 1/n
뭐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재미가 여행객들끼리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정보도 공유하며 노는 데 있겠지만
나는
너무
너무
너무너무 피곤해서
가만히 쉬지 않으면
내일 아침 몸살이 날 것만 같았다(게다가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출봉 올라가서 일출볼 계획이었음)
갈까말까 고민하며 일기 쓰다가 8시쯤에 잠이 들었음ㅋㅋㅋㅋ 9시 반쯤 깼다가 다시 잠들어서 정말 푹~~~~~~잤다
평소에 아무것도 안해도 피곤하고, 또 그렇게 피곤한데 막상 자려면 잠이 안 올 때가 있는데
이날 느꼈다
그냥 피로 말고
온몸으로 겪어낸 피로는 최고의 수면제라는 것을!^^!
아 힘드러 포스트 쓰는 데 세 시간도 넘게 걸렸다
이제 고작 첫날인데!!ㅋㅋ 갈 길이 멀다
포스트 쓰는 건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할 말이 많았는데(여행 내내 입이 근질근질해 죽는줄....ㅜㅜ)
기록해두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블로그 만들길 잘했다 생각이 든다 호호호
그럼 굿나잇!!
내일은.....우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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