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날들
군산 여행 1. 경암동 철길마을, 은파호수공원, 티티카카 본문
주말에 군산에 다녀왔다.
원래는 이틀간 전주와 군산에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S에게 갑작스런 일이 생겨서 Plan B대로 군산에만 가기로 했다.
아쉽긴 했지만 덕분에 군산에 좀 더 집중해서 여행할 수 있었고,
특히 원래 일정에는 없었던 은파호수공원의 야경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오후 4시쯤 기차를 탔다.
가는데는 2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바깥 풍경 보다 보니
금방 지나갔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고.
회색빛 새마을호
군산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조용해졌다
새삼 여행하고 있구나 느낀..
드디어 군산역 도착.
원래는 경암동 철길마을까지 택시 타고 이동하려고 했는데
S가 부지런히 검색해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찾았다
어느 후기에서 '이마트' 바로 건너편에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마침 도착한 버스 기사님에게 이마트로 가냐고 물어봤더니 간다고! 예쓰!
근데 좀 돌아서 간다고, 한 20~25분 걸린다고 ㅎ 바로 탔다
덕분에 구불구불 마을 구경도 할 수 있었다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은 길을 빙빙 돌아갔는데,
S는 작은 길로 빙 돌아가서 사람들 태우고 다시 큰길로 나오는걸 흥미로워했다ㅎㅎ
버스에 학생들이 많길래 말투를 유심히 들어봤는데 사투리를 많이 쓰진 않는 것 같았다
이건 몇 년 전에 순천 여행할 때도 느꼈던 점...
이마트 정류장에 내렸다
여기는 경암동
이마트 바로 건너편에 있다고 지도에 나와있지만
처음엔 잘못 왔나 헷갈렸다.
알고보니 도로변의 저 낮은 건물들과 아파트 사이 좁은 공간에 철길이 남아있었다.
철길마을임을 알리는 작은 벽화를 보고 제대로 왔구나 안심했다
이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제 조용한 골목길 시작
밝아보이지만 실은 어느덧 어둑어둑해져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며 걸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다
그치만 꼭 남의 집에 몰래 들어온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저 길을 따라 쭉 걸었다
불 켜진 살림집도 있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건물도 있었다
이렇게 골목을 내다보면 길 건너 이마트가 보인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
어두워서 저길이 어딘지 찾지는 못했지만
뭐 나도 한번쯤은 스쳐지나간 길이겠지
제목부터 내가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번 봐야겠다
녹이 슨건지 페인트칠을 한건지, 둘 다인지
여기 철로 위에 서서 S랑 각자 사진을 찍었다
균형 잡기가 어려워서 저절로 클릭비 허리 접는 춤을 추게 되던ㅋㅋ
어두운 길에서 보름달 역할 해준 가로등
이제 다시 뒤돌아서 간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곳에 누군가는 여행을 와서 신나게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시시하다고 실망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열심히 흔적을 남겼다
뻥튀기를 판다고 써있었다
계속 걷는다
여기서 끝인가 싶었는데, S가 저쪽으로 더 가보자고 했다
흔들린 사진
갈수록 점점 인적도 없고, 가로등이 없는 곳도 있어서 사실은 조금 무섭기도 했다
미리 여행 후기를 찾아보고는, 여기는 무조건 우리가 좋아할 만한 곳이다! 하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볼 것도 없다, 실망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해서 조금은 걱정도 했었지만
천천히 걸어다녔던 시간이 참 좋았다
어두울 때 가서 자세히 보지 못한 곳도 있을 거고,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지만
반대로 밝을 때는 느낄 수 없을 분위기를 조용히 느끼다 왔다!
멋있는 볼거리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시간이 멈춘 듯한 소박한 모습을 조용히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큰 길로 나와 택시를 타고 은파호수공원으로 갔다
공원 입구에 다다라서는 길이 좀 막혔는데 모두 은파호수공원으로 들어가는 차들이었다
택시 기사님이 여기서 걸어가라고 길가에 세워주셨다
택시비는 7천원 정도 나왔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군데군데 앉아서 노래 들으며 쉬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디카로 사진 찍을 때는 잘 나온 줄 알았는데 컴퓨터로 크게 보니 죄다 흔들렸다
그나마 살아남은 사진이 이 정도..
실제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때 그 분위기는 생각이 난다
원래 자전거를 빌려서 타려다가, 그냥 걷기로 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나무 데크를 자전거 타고 다니기엔 좀 힘들었을 것 같아서..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자전거 타고 바깥 길 따라서 쭉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
멀리 다리가 보인다
미리 후기를 찾아보았을 때 많이 보았던 풍경
사진은 엉망이지만.. 색색이 빛내고 있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저기 음악분수가 있는데 이쪽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다
이제는 이런 풍경을 몇 번 보아서인지 그냥 예쁘구나- 하고 말지만
몇 년 전에 전주 덕진공원에서 음악분수를 보았을 때를 떠올려보면 참 설렜었다
숨죽이고 녹음을 했던가, 동영상을 찍었던가 그랬다
좀 더 가까이서 본 모습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리 쪽으로 가면 이렇게 꾸며놨다
멀리서 보면 정말 예쁜데 가까이 가보면 조명에 먼지인지 이끼인지 껴서 좀 더럽다.ㅋㅋ
은파호수공원의 명물 디스코팡팡
이 아니라 그냥 만들어놓은 공간.ㅋ
여기서 사람들이 앉아서 쉬기도 하고 사진도 열심히 찍고 그랬다
불빛이 참 예쁘다
왠지 모르게 월미도가 생각나는..
이렇게 곳곳에 깨알같이 있는 장식들을 보며
S랑 이런 건 다 누구 아이디어일까 얘기하며 재미있어했다
저기 정자 같은 곳에 가면 이름이 뭐더라, 사랑의 약속인가,, 뭐더라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여튼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둥근 구형 물체에 서로 손을 포개 얹어
약속하는 곳이 있다. 아니, 약속이었나 서로 격려의 말을 해주는 거였나,
그것도 아니면 서로 마음을 표현하라는 거였나,
여튼 피식 웃음이 났지만 결국은 진심을 담아서 손을 포갰다
여기 가서 S랑 또 웃으며 할 수 있는 건 다 해놨다며 웃었다
사진은 없는데, 이쪽에 인공폭포라 해야하나, 여튼 물흐르도록 꾸며놓은 곳도 있다
잘 보면 저기 뒤에 나무에 불빛 장식도 해놨는데
유치한 듯 하면서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더랬다
저 중간을 지난지 얼마 안 되어 바닥에서 분수가 나왔다 ㅋㅋ 하마터면 물에 다 젖을뻔!
다시 다리를 건너는데 디스코팡팡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여행 전 어느 블로그에서 마술 공연을 하더라고 얼핏 보긴 했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걸 보게 되어 놀랍고 기뻤다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잠깐 보고 가기로 했다
사람들이 점점 둘러앉고, 다리 위에서도 사람들이 쭉 늘어섰다
꽤 인기가 좋았다
본격적인 마술을 시작하기 전에 바람잡는(?) 시간이 꽤 길었는데 그것만 봐도 재미있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면서도 순간순간이 그냥 웃음이 나왔다
특히 어린애들이 많아서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저절로 돌발상황이 생겼음,
그런 돌발상황이 생길 걸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웃겼다
마이크도 없이, 이렇다할 도우미도 없이
혼자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던 마술사에게 시련을 준 저 음악분수
뭔가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려던 참에 음악이 빵- 나오고 분수가 요란하게 불빛을 뿜어대서
너무 웃겼다
그것마저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높이 울려퍼지는 음악소리를 뚫고 재미있게 공연을 마쳤을 것 같다
기막힌 타이밍에 시작된 음악분수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마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건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
호수공원 쪽에 산타로사라는 카페가 좋다고 해서 가려고 했는데
위치를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채로 와서 못 찾았다
저녁 때를 애매하게 지나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문득 발견한 티티카카라는 카페
마침 태원준의 여행기에 빠져있던 S와 나를 사로잡은 이름
티티카카라는 이름이 반은 먹고 들어가고, 분위기도 좋아보여서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가보니, 커피도 팔고 맥주도 파는 곳이었다
곳곳에 빈티지한 소품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정말 예뻤다
그치만 하나하나 사진을 찍으려니 뭔가 머쓱해서 눈으로만 보고 왔다
이건 흑백TV.. 화면은 'XTM' 채널이라 묘했다
막상 내 TV라 생각하면 불편하고 답답하겠지만, 정말 매력적이었던 소품!!
바깥 테라스에 자리잡고 앉았다
딸기 요거트 스무디와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를 먹었는데, 둘 다 맛있었다
특히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는 너무 달지도 않고, 인조적인(?) 맛도 덜 나고 괜찮았다
가격은 둘다 6천원으로 좀 비싼 편..
이 카페에서는 주로 셀카를 찍어서 사진이 많이 없다.
오랜 시간동안 앉아있진 못했지만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
주변 풍경도 좋고, 날씨도 선선하고, (모기는 에러!! ㅠ.ㅠ)
무이네 생각도 나고 그랬다.
카페 입구에 있는 소품이 예뻐서 찍었는데 흔들렸다
테라스에 있던 큰 개
멀리 있을 때 짖는 소리가 나서 좀 무서웠는데 내가 갔을 때는 안 짖어서 다행이었다
그치만 더 가까이 가긴 무서웠다.ㅋ
뒷태
첫날 사진은 여기까지구나.
다시 택시 타고 시가지로 나와서 저녁도 먹고 숙소도 찾으려고 했는데,
택시가 잘 안 잡혀서 좀 걸었다
그러다가 택시가 와서 탔는데, 알고보니 우리 목적지는 바로 코 앞이었다
나운동 어딘가에서 숙소를 잡고, 밥 먹을 곳을 찾았는데 마땅치 않았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거리를 사서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그리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나의 체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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