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날들
내가 좋아하는 것. 본문
하루에도 몇번씩 나의 괴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생각한다
이쯤 되면 내가 있는 곳이 이상한 곳이 아니라 내가 이상한가 싶다.
흰 바람벽이 있어,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지만,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가장 귀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게 했다지만,
그래도 더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있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한 해를 보낸 후 언제부턴가 강박적으로
행복하자 행복하자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이면서도
실은 행복하게 사는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자꾸 잊고 있었다.
일단은 습관적인 감정의 고리를 끊어야지.
그리고 나에게 더 집중해야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이사하고 갖게 된 새로운 취미-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아이리버 블루투스 스피커로 이동진의 빨간 책방 듣기.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경하기.
니나 PD의 목소리 들으며 부러워하기.
휴일 아침에 알람 없이 눈을 떠서 방 안을 물끄러미 보기.
참새 조명 켜놨다가 잠이 스르르 올 때쯤 끄기.
바싹 마른 빨래 다우니 냄새 맡기.
가끔씩 혼자 맥주 마시기.
라켓 정중앙에 공이 맞아서 탄력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
진심 어린 편지 읽기.
좋아하는 바디로션 바르기.
엽서 사기. 엽서 모으기. 엽서 보기. 엽서 전시하기.
화분에 물주기. 가끔씩 햇빛 쬐는 방향을 돌려주기.
무심코 듣던 노래가 문득 귀에 꽂히는 순간.
모던하우스 구경하기.
바람이 살짝 부는 날 좋아하는 향수 뿌리기.
요즘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나혼자산다(무지개라이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오마이베이비(주안이편만),
재미있는 게스트가 나왔을 때의 마녀사냥, 라디오스타, 세계테마기행, 아틀라스 세계견문록. 아 SNL도.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은
캘리그라피 배우기,
피아노 연주하기, 기타 연주하기
영어 공부하기, 수영 배우기,
쓰다보니 초-중-고-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첩에 적어왔던 나의 하고 싶은 일 패턴은 똑같다는 걸 느끼고
더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반성하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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